장기간의 부동산경기침체와 직거래 증가로 인해 ‘부동산중개업’에 대한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제 부동산중개업과 부동산산업 전반에 걸친 패러다임의 변화가 절실해 보인다.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양질의 부동산유통을 담당해야할 공인중개사는 1998년 IMF이후 실업자구제책이라는 미명하에 과다배출(33만여 명)되었고 이로 인해 중개사무소는 급속도로 증가하여 난립(8만3천여 개)되었다. 공인중개사가 생존권을 지켜나가기도 힘겨운 상황이 된지 이미 오래다. 아직도 많은 국민들은 중개업자를 단순히 부동산을 소개해주는 알선자로서의 역할로만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중개업자는 고객의 의뢰에 적합한 부동산물건을 중개하면서 해당 중개대상물에 대한 권리관계나 시설물의 상태 등을 확인해야 하는 의무와 책임이 법적으로 부여되어 있고, 2006년부터는 실거래가 신고 의무까지 부과되었다.
최근에는 신분증위조 등 지능화되고 고의적인 거래사고가 늘면서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거래사고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중개업자들의 고충은 극심화 되고 있다. 부동산중개업 전반에 대한 충분한 실무경험이 없다면 중개사고 위험에 그대로 무방비 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 직업현실을 도외시 한 채 자격관련 광고성 기사들에는 공인중개사의 직업의 장점으로 별다른 경력 없이도 바로 개업이 가능한 점을 꼽고 있다는 점에서 그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자격증하나로 장밋빛 환상을 쫓아 정글 속으로 뛰어들라고 막무가내로 권장하는 꼴이다. 부동산거래시장은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자료에 따르면 2012년에 16,105곳의 중개사무소가 새로 오픈하고, 16,563곳의 중개사무소가 문을 닫았고, 그나마 중개사무소를 계속 운영하고 있는 곳도 영업적자로 인해 각종 부업전선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부동산중개업계가 이처럼 궁지에 몰릴 수밖에 없는 데는 규제위주의 부동산중개제도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정부 역시 부동산거래 선진화를 외치면서도 부동산중개업계의 구조적인 문제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2005년 당시 건설교통부가「공인중개사 자격제도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라는 연구용역에서 공인중개사 시험제도 개선과 ‘수습공인중개사 제도’의 도입이 시급하다는 결론을 도출해놓고도 관련 제도에 반영시키려는 노력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매년 공인중개사가 급증하고 있지만 실무능력 부족으로 전문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어 수습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실제 변호사나 세무사, 법무사, 공인회계사 등 전문자격사들은 최소 6개월~2년 이상의 실무수습규정을 두고 있으며, 미국 워싱턴 주의 경우도 자격을 이원화 해 일반중개사와 관리중개사로 나눠, 관리중개사의 경우는 부동산중개사로서 3년 이상의 경력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일본의 중개업자의 경우도 시험합격뿐만 아니라 실무경력을 반드시 요하도록 하고 있다.
공인중개사의 위상과 역할이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크게 차이난다. 선진국은 부동산중개와 관련된 매매업이나 분양업, 개발업 등 부동산산업 전반에 걸친 업무가 전면 허용되어 각 단계별 전문화를 통한 부동산종합서비스가 가능한데 비해 우리나라는 실제적으로 단순중개업으로만 역할이 국한되어 있다. 종합화되고 부문별로 전문화된 부동산서비스가 요원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부동산 중개사고 예방과 중개업 종사자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공인중개사 수습제도'를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 공인중개사 수습제도를 통해 자격증 소지 이후 일정기간(1~2년) 동안 기존에 개설돼 있는 중개사무소에서 실무 경험을 쌓도록 하는 것이다. 자격증 취득 뒤 바로 중개사무소를 개설하는 공인중개사들이 많아지면서 생기는 중개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도 절대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공인중개사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대안이 아니라 이를 통해 국민들에게 전문적인 부동산거래 서비스와 재산권 보호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는 점에 더 주목해야 한다.
더 나아가 부동산종합서비스가 가능할 수 있도록 공인중개사의 업무영역을 확대 규정하고, 중개업을 육성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예컨대 입법적 불비로 크게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부동산분양대행과 부동산컨설팅업을 부동산중개업자의 전속업무로 규정하는 것이다. 아울러 매매업과 개발업 등을 부동산중개업과 함께 겸업할 수 있도록 파이를 키워 공인중개사의 전문성을 이끌어내게 되면 부동산산업 전반의 발전과 부동산거래의 안전성을 높이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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